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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야외에서 고기 한번 구워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벼가 노랗게 변했고 제일 예쁜 풍경을 눈으로 담고 싶어서 주말에 집밥을 먹게 되었어요. 매일 눈으로 직접 벼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신기하고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네요. 이 작은 씨앗으로 이렇게 크게 튼튼하게 컸고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서서히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매순간 감탄할 수밖에 없었어요. 시골에서 자라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시골을 좋아하는 자신을 보면 전생에 농부였나 싶었죠. ㅎㅎ 

그리고 벼가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듯이 벼를 보면서 내가 더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잘하는 것 별로 없어서 겸손할 수밖에 없어요. ㅎㅎ 자연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네요. 

호박도 익었네요. 이렇게 큰 호박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고 계속 사진 찍었어요. 호박이 이렇게 예쁜데 왜 못생긴 사람을 비유하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요리 못하는 저에게는 이렇게 큰 야채나 큰 생선, 큰 고기 등을 보면 어쩔 줄 모르고 어떻게 해먹어야할지 몰라서 눈으로만 보고 한번도 사본 적이 없어요. 

옆에 있는 호박은 동아호박이라고 하네요. 동아호박은 '동과(冬瓜)'라고도 하는데 겨울에 열매가 열리고 겨울에 일찍 심기도 한대요.

중국에서 많이 먹어봤는데 한국에 없는 줄 알고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마트에서 봤다니 너무 반가웠어요. 동아호박의 속은 하얀색이에요. 요리하면 투명색으로 변하면서 맛은 담백해요. 그리고 소화기, 안구건강 그리고 편두통에 좋다고 해요. 

이렇게 마트에서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들 담았어요. 자세히 보면 왼쪽 아래 막걸리 한병 있는데 이건 몰래 담은거에요. ㅎㅎ 고기구이를 먹을거라서 삼겹살과 목살을 샀어요. 숯불구이라 아무래도 두꺼운 목살이 더 어울리겠죠. 

집에 가자마자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불을 붙이는 일인데요. 제가 불을 약간 무서운 편이라 옆에서 어떻게 붙이는지 구경만 했어요. ㅎㅎ 

이제 숯을 넣어서 불을 다시 붙여요. 토치가 너무 불편해서 불이 나오게 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토치를 다시 사야할 듯하네요. 

다음에 좋은 토치를 장만하면 저도 불붙이는데 도전해야겠어요. 옆에서 보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ㅎㅎ 

숯이 타고 불이 조금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상추와 깨잎을 씻었어요. 싱싱한 야채들을 보기만 해도 기분 너무 좋았어요. 특히 깨잎 없으면 못 살아요. 처음에 깨잎을 먹었을 때 너무 거부감이 심했는데 중국에서 깨잎을 아예 먹지는 않아서 잘못 먹었는데 이제는 없어서 못 먹어요. ㅎㅎ

사과대추와 샤인머스켓도 같이 씻었어요. 대추는 완전 최애죠. 중국에서 대추를 일년내내 엄청 먹었는데 대추과자 종류도 엄청 많고 즐겨먹었는데 한국에는 대추 많이 먹는 문화가 아니라서 거의 못 먹었어요. ㅎㅎ 이제 사과대추 철이라 실껏 먹었죠. 

그 사이에 불이 다 준비되었고 삼겹살을 구이망에 올렸어요. 저는 대파를 좋아해서 통대파도 함께 구웠어요. 숯불로 구운 거라 기름이 쫙 빠지고 숯향이 베면서 더욱 맛있겠죠? ㅎㅎ 

김치는 은박지 안에 넣어서 같이 구웠어요. 묵은지가 아니어서 조금 아쉈지만 뭐 김치면 다 맛있으니까요. 

김치는 족발용 김치인데 조금 달아요. 근데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구요. 

대파는 잘 구워졌는데 대파물이 많이 빠져서 조금 퍽퍽했어요. 다음에 대파를 은박지를 깔고 구워야겠어요. 

고기가 이렇게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어요. 숯향과 고기냄새가 섞이면서 바람을 타서 온 동네로 퍼져갔어요. ㅎㅎ 

고기 드디어 다 구웠어요. (제가 안 구웠지만) 기름기가 쫙 빠졌고 노릇노릇하게 잘 익었네요. 

오리지날 고기 맛을 맛보기 위해 아무 양념을 찍지 않고 그냥 먹었어요.

고기가 너무 쫄깃쫄깃해서 껌 씹은 줄 알았어요. ㅎㅎ 비게부분 전체가 돼지껍데처럼 쫄깃하고 살코기는 부드럽고 숯향이 찐했어요. 

먹음직스럽죠^^

마늘도 함께 구웠어요. 

묵은지가 없지만 맛있는 파김치가 있어요. 고기랑 같이 먹으면 완전 맛있겠죠. 

깨잎은 또 거꾸로 쌌네요. ㅠㅠ 깨잎과 마늘, 파김치 그리고 고기까지 한 입에 먹었는데 파김치 때문에 고기의 느끼함이 사라지고 뒤끝이 마늘향이 나오면서 환상의 조합을 만들었어요. 

이제 깨잎을 뒤집어서 제대로 쌌어요. ㅎㅎ 이번에 밥까지 넣었어요. 밥의 찰기 때문에 입에서 딱딱 붙어서 고기가 안에 숨어있어서 더 잘 넘어갔네요. ㅎㅎ 

음식을 다 준비해놓고 집에 쌈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ㅎㅎ 그래서 집에 있는 모든 장을 다 꺼냈어요. 젓갈, 고추장, 양념장 세가지를 골라서 찍어먹었어요. 

그리고 와사비까지 넣어서 양념의 맛으로 한번 먹어봤어요. ㅎㅎ 와사비가 너무 많이 넣은 탓에 와사비맛밖에 안 났어요. 

요즘 다들 바빠서 함께 모여서 밥 먹는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소소하게 같이 밥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매일은 행복하지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일어나고 있다.'

 

여러분도 소소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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